윤석열 정부 첫 인사청문회에 부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노(魯)나라 마지막 왕인 애왕(哀王)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거직조저왕(擧直措儲枉) 즉민복(則民服) 거왕조저직(擧枉措儲直) 즉민불복(則民不服)이라했다. “곧고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등용하고 곧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 인사의 중요성을 거론할 때마다 회자되는 논어의 한 구절이다. 흔히들 인사를 만사(萬事)라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 출처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당선인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 출처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로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그 후 구속돼 무려 4년 9개월간 수감 생활까지 해야 했다. 박근혜-최순실 정치스캔들이라는 희대의 사건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임기를 약 11개월을 남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구속ㆍ기소 사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사에 관한 문제이다. 민간인 신분에 불과한 최순실은 공무원에 대한 최종 임명권자로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탄핵심판 개시 직전까지 수첩 인사’, ‘오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을 요직에 발탁하는 등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과도 적지 않은 충돌을 빚었다.

이제 닷새 후면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자신이 속하지 않은 정당에게 정권을 내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문 대통령 역시 인사 문제에서 골머리깨나 앓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 등으로 한직으로 맴돌던 윤석열 검사를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곧장 발탁한 이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어서 대한민국 검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인 검찰총장에 임명한 이도 역시 문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법무장관의 가족비리를 수사했고, 후임인 추미애 법무장관과도 사사건건 맞서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정직 사건을 겪었다. 결국 윤석열 검사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이어, 제20대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이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기 때문에, 즉 인사를 잘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화를 자초한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얼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공직자들을 비호하기에 앞장서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다수의 진보언론은 이제 태세를 전환하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속어의 약자)을 이유로 날 센 공격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은 그 ⅹ이 그 ⅹ 아닌가?라는 말로 요약되는 것처럼 사실 안중에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인사의 제1원칙은 공정투명(公正透明)이다. 만사의 시작인 인사는 말 그대로 사람을 쓰는 일이다. 대통령이 하는 인사든 인구 2만명대 저 멀리 지방의 군수가 하는 인사든 그 원리는 똑같고 소중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국민의힘은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를 강령/기본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아주 그럴 듯하다. 하지만 원칙만 아무리 훌륭하게 갖추고 포장하면 뭐하는가? 인사권자들과 이를 감시·견제하는 이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최광웅(본사 발행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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