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카피 싸움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SNS 한 줄 공약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고, 배우자 리스크도 가리기 위한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를 거두는 것 같습니다. 6~9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서 내놓은 한 줄 공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 6일 :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 7일 : 여성가족부 폐지

- 9일 :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그런데 이 방식은 티저마케팅(teaser advertising)을 차용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후속 광고에 대한 핑계거리도 제공해줍니다. 이와 같은 티저마케팅이 등장한 배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서울시청지하철역 안전강조 광고판 : 사진촬영은 최광웅 대표기자
 / 서울시청지하철역 안전강조 광고판 : 사진촬영은 최광웅 대표기자

''선거는 카피 싸움이다''

3년여 전쯤 저는 "선거(정치)는 카피 싸움이다"라고 몇 차례 사례를 들어 SNS에 쓴 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먹고 살기에 바쁜 일반 유권자는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 내용 하나 하나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가가호호 배달돼 오는 선거 홍보물을 읽어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감성을 자극하는 대형 카피' 하나만 제대로 터트리면 그 선거는 거기서 바로 끝납니다.

다음은 박빙 상황이었을 때 승부를 가른 이른바 '대박 카피'들입니다.

- 2012년 박근혜(3.53% 승) :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

- 2002년 노무현(2.33% 승) : 충청권으로 신행정수도 이전

- 1997년 김대중(1.53% 승) : 경제를 살릴 준비된 대통령

물론 위 카피들은 철저하게 중도/부동층 맞춤형입니다.

하지만 지난 사흘 동안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 세 가지 카피는 철저하게 지지층 결집이 첫째 목표로 보여집니다. 지난해 4월 보선 때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으나 최근 흔들리고 있는 이른바 '이대남'에 대한 재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선거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졸저 <이기는 선거>에서 소개한 '1단계(지지층을 확보하라)'를 충실히 따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합니다. 단 하루 이틀이지만, 진보언론이나 경쟁정당(민주당, 정의당)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니 제법 효과는 나왔다고 보입니다. 진보/보수 구도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아직도 중도/무당층(스윙보터)은 최소 30% 이상 남아 있습니다. 중앙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실시해온 '유권자의식조사'를 보면, 대선일 3주 전에도 최소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의 42% 이상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 '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들(스윙보터)'을 상대로 하는 '카피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3월 9일 최후 승자가 됩니다.

최광웅 (대표기자, 본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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